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예전부터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으나, 최근에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우울했다. 너무 현실과 닮아 있어서. 영화가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지만, 현실의 우울한 단면을 너무 리얼하게 표현하여서 맘이 무거웠던 영화였다. 앞전의 <쇼생크 탈출>은 참 우울한 영화이지만, 희망이란 메시지가 담겨 있기에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면, <부당거래>는 그 남은 희망마저도 짓밟아버릴 정도의 어두운 현실을 폭로한 영화이다.
최근 <나는 꼼수다>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 나도 즐겨 듣는 편이다. 그들의 입담을 통해, 오늘날 현실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바라보게 된다. 킥킥 거리며 웃다 보면, 그 웃음 뒤에 남겨진 쓰라린 패배감 또한 감당해야만 한다. 마치, 블랙초콜릿의 쓰디쓴 맛같이, 그들의 컨텐츠도 그런 맛을 준다. 그와는 조금 대조적이지만, 이 <부당거래> 또한 만만치 않는 충격을 준다.
요 며칠 전, 카페에서 조그마한 논쟁이 있었다. 과연 정부나 공공기관은 우리 편인가 하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결론은 이렇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절대 우리 편이 아니다' 란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이며 그들만의 잔치이다. 동호회 어떤 분이 몇 천 정도 사기를 당해 소를 제기하고 별짓을 다해봤는데, 결국 소액 사건으로 분류되 가해자는 벌금 70만원을 내는데 그쳤다며 그분은 법원이 자기 편인줄로 착각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아직까지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FTA, BBK사건, 외한은행 매각과 관련된 각종 이권 등 이런 거대한 일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냥 평범한 나같은 시민이 기득권층과 권력층에 반하는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정의가 어느 정도일까?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은 익히 몇몇 영화를 통해 진가를 보여왔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면서 흡입력 있는 영화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된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고, 수사 도중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가짜 범인인 ‘배우’를 만들어 사건을 종결 짓는 것!
이번 사건의 담당으로 지목된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줄도, 빽도 없던 그는 승진을 보장해주겠다는 상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그는 스폰서인 해동 장석구(유해진)를 이용해 ‘배우’를 세우고 대국민을 상대로 한 이벤트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
대통령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정사회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공정사회는 구호일 뿐 너무나 많은 조작과 꼼수들이 횡횡한다. 그러다보니, 정직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만 손해본다. 오히려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보취급 받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편법과 비리는 직/간접적으로 누구와도 연관이 된 듯 하다.
한편, 부동산 업계의 큰 손 태경 김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
그리고 그 입찰 비리건으로 김회장을 구속시킨 최철기, 이에 분개한 주앙 검사는 최철기를 캐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김회장과 주앙검사와의 스폰이 의심되는 관계가 찍힌 사진,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
영화는 쉴 틈 없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마치 우리내 인생이 정신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결국 영화는 세가지 주요 인물로 구성된다.
빽 없지만, 실력 있는 최철기 형사.
자신의 권력(검사)을 이용하여 부를 축척하는 주앙 검사.
그리고 주먹세계에서 돈을 벌어 불법을 저지르며 공권력을 무시하면서 범법을 일삼는 해동 장석구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 장면이다.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하달된 유아성폭행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신념 있게 행동했던 실력파 형사 최철기는 경찰대 출신이 아닌 이유만으로 계속 승진하지 못하자, 고위층의 부당한 해결방법을 받아들인다. 한편, 스폰관계가 폭로될 위기에 처한 주앙검사는 최철기와 해동 장성구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인 걸 알고, 집중 조사하다가 허점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야기한다.
당신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이라도 범인 아니라고 이야기하라고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결국, 그의 증언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전개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었다는 걸 전혀 모른다. 이 부분에서 너무 닮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랑...
시민과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들이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들인 것이다.
자신의 배를 체우기 위해서... 그래서 세상은 더 치사해지고, 속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치, 너무 현실 같아서, 차마 마음 편히 볼 수 없었던 영화였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고 하지만, 오늘날 돌아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몇몇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검사 주양은 유유히 모든 것들에 빠져 나갈 수 있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검사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다시끔 느끼게 한다. 그럴 즈음에, 부산 스폰서 검사부터, 벤츠 검사사건이 터져 나왔다. 마치, 영화가 미래를 예건하기라도 한 것처럼...
부당거래와 같은 영화가 단지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