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컨텐츠 이야기/볼키의 <영화 메타포>

[영화] "싸우는 이유도 잊어 버렸다..." <고지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2. 11:37
이념이란 무엇일까!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빨갱이,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머리 아픈 일이다. 이것이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때문에 형재를, 자매를.
그리고 우리의 이웃을 죽여야 하고, 또한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가벼운 질문이 아닐 것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는 오직 병사들의 목숨으로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고지전의 중요한 소재는 전쟁이다.
그 전쟁은 그냥 전쟁이 아니라, 휴전협정 중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전쟁이다.
마치, 힘겨운 축구경기를 진행하다 결판이 나지 않아 짧은 연장전까지 돌입했는데, 그 연장전이 끝이 없는 연장전일 때 거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또한, 사막에서 오와시스를 찾는 사람이 물이 가득한 호수가 보이는데, 갈때마다 그 호수는 멀리 사라지는, 사실은 신기루인 것을 알때에, 여행객은 얼마나 절망하겠는가.

그러한 싸움이 지속되는 것이 고지전이다. 마치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끝이 없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나가는 우리내 인생처럼...

현정윤 역으로 나왔던 류승룡씨의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너희들이 싸움에 지는 이유가 뭔지 알어? 그것은 너희들이 싸우는 이유를 몰라서야!'

그런데 마지막 전투를 마치고. 그가 마지막으로 하는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강은표 역을 맡은 신하균이 현정윤에게 말한다.

'그때, 못 물어 봤는데, 싸우는 이유가 뭐죠?'

'너무 오래돼서 싸우는 이유도 잊어버렸다...'


 
이들은 어떻게든 이 끔찍한 전투를 빨리 끝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상부의 명령이었으니깐.

그리고 자신들의 역할을 정당화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만들어 냈었다.
그러나 치열한 싸움을 하면서 상대방을 죽이고 죽어가면서. 그들은 그들의 싸움의 본질을 망각해 버렸다.
아니,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싸움의 본질이 없었다. 단지 싸움 자체에 대한 합리화가 있었을 뿐..


진보와 보수의 갈등
수구세력과 신세력의 갈등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
기득권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의 갈등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
배운자와 배우지 못한 자의 갈등.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다.
그리고 그 갈등은 지금 클라이막스를 향해가고 있다.
왠지 총선을 앞두고 사회가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 같다.
이제껏 정치에 관심 없었던 네티즌들. 그리고 나같은 70-80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때론 과격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다 보면, 처음에는 싸워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이유보다는 싸움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왜 싸우는가를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우린 왜 이렇게 힘겹게 인생을 빠듯하게 낭비하며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도 너무 싸움이 치열해서 처음에 가졌던 뜻들과 꿈들을 잊어버려 기억이 안나고 있지 않는가!